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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중목사 나무위 100일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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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이 윤인중 목사가 나무위에 오른지 100일째다.
윤목사의 호소문과 그의 100일 기념 메세지를 따왔다.

계양산 소나무 위에서 백 하루째를 보낸 윤인중 목사의 호소문

글을 쓰지 않은 지 보름이 된다. ‘조용히 있다’가 내려 가야겠다 마음먹었는데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밤에 글을 쓰다 보니 눈도 많이 나빠진 탓으로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아침에 Eccumenian 기자가 와서 ‘나무 위 시위 100일’ 을 맞는 감회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10여명의 사람들이 묘목을 들고 산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식목일이 다가오니까 나무를 심으러 가는 구나’ 여기며 인터뷰를 계속했다. 조금 뒤늦게 삽을 든 한 분이 올라오더니, 점점 나무쪽으로 온다. 느낌이 왔다. 골프장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왔다. 나중에 확인을 한 것이지만 나무를 심으러 간 분들은 계양구의제의 한 분과에 속한 분들이었다.

대뜸 소리친다. “야 이 새끼야 내려와.”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그 분은 계양구발전협의회의 회장 이병석씨였다. 소나무 뜰엔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러 온 노틀담수녀회 수녀님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주민들의 항의와 소란은 이번이 네 번째다. 어느 정도 분이 풀리면 올라가겠거니 여겼는데, 오늘은 상당히 과격한 행동을 했다. 대책위 52개 단체의 명의가 적힌 현수막을 삽으로 끊고는, “나무를 지키려면, 내려와서 나무나 심어”, “나무 하나 심지 않는 놈이 나무를 살려?”라고 고함을 친다.

잠자코 욕설을 들었다. 다른 방도도 없다. 기껏 “반말하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라고 대꾸할 뿐이었다. 급기야 돌을 집어 들더니 내가 있는 나무를 향해 던졌다. 함께 나무를 심으러 가던 일행 2명이 말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꽤나 큰 돌을 세 번이나 던졌다. 참담한 심정이다. 이전에는 욕설과 조롱으로 끝났는데 돌까지 던져대니 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 나의 작디작은 속이 끓기 시작한다. 등산객이 없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고라도 나면 큰 일이다.

그분들은 일행들에 이끌려 나무를 심으러 산으로 들어갔고, 김일회 신부님 집례로 미사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내려올 때 또 한바탕 법석을 떨겠다 싶어 대책위 관계자들과 계양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미사가 끝나갈 무렵 나무를 심으러 가신 분들이 내려오더니 이제는 다른 분이 현수막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미사 중이었다. 가톨릭 청년 몇 명이 말렸지만 그 분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와중에 유치원 아이들 40여명이 소나무 뜰에 올라왔다. YWCA유치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온 것이다. 아이들이 빤히 지켜보고 가운데 그 난리가 벌어진 것이 그저 슬프고 미안할 뿐이다.

조용히 있다가 내려가겠다는 마음이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크게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조그만 바람과 물결에도 ‘흔들리는 나’ 여전하다. 어쩌면 날이 갈수록 골프장을 짓겠다는 사람들과 그 계획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과격해질 수도 있다.

지금은 그리스도의 수난주간을 코앞에 둔 사순절이다. 사순절을 이렇게 보내는 것도 그 안에 뜻이 있을 것이다.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생명을 살리는 마음’, ‘평화를 지키려는 마음’들이 모여질 때라는 호소를 하기 위함이다.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대책활동이 지난해 8월9일부터 시작되었으니, 모두가 힘들고 지친 것을 모르지 않는다. 10월26일부터 시작된 나무 위 시위가 150일을 넘긴 데에는 단체들의 희생과 수고가 밑받침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 힘과 정성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이다. 다시금 긴장을 해야 한다.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리고 이 편지를 읽는 모든 분들께 호소한다.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과 지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두 손 모아 빈다. 이 싸움은 결코 인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는 상황, 그것이 지역단위에서는 ‘개발주의’라는 이름으로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왜 서울에서, 인천에서, 부산에서는 아무 연락이 오지 않는 거야.’ 임철우님의 ‘오월’ 중 도청에서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들이 묻는 대목이다. 그 대목을 읽고 부끄러웠다. 그 애절한 호소를 우리는 듣지 못했는가? 아니다. 솔직히 외면한 것이다.

물론 그 때 정황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 그에 비하면 이 일은 지극히 ‘작고 작은 일’일 뿐이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돈이 없다. 힘도 없다. 있다면 ‘진실’이요, ‘용기’요, ‘연대의 정신’일 것이다. 참여가 필요하다. 행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온 마음으로 호소한다. 도와 달라. 나를 돕고, 대책위를 돕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돕고, ‘나무’를 살리기 위해 함께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드러내는 일이다.

나의 스승 이현주 목사님은 ‘싸우지 않겠다’, ‘다투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삶을 온 몸으로 보여주시는 분이다. 그래 사람들이 그런다. ‘목사님 뵙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온다’고 한다. 나도 이현주 목사님을 뵐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뵙는 것만으로도 가르침을 받는다. 목사님 말씀이 옳고 맞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그럴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영화 ‘Mission’에 두 신부가 나온다. 예배를 드리며 ’평화의 호소‘를 하다 총에 맞고 쓰러지는 가브리엘 신부와 총을 들고 싸우다 죽는 신부. 가브리엘 신부는 그 신부대로 제자의 길을 걸은 것이고, 총을 들고 싸우다 죽은 신부는 또 그 신부대로 ’그 나름의 제자의 길‘을 간 것이다. 어느 길이 옳고, 어느 길이 그르지 않다. 둘 다 옳고 두 길 모두 신앙과 양심의 길이라고 믿는다. 각자의 길이 있다. 두 신부 가운데 솔직히 나는 ’총을 드는 신부‘의 길을 걸을 것이다. 모르겠다. 이것도 바뀔지. 지금은 그렇다.

나는 온 몸과 마음을 바칠 것이다. 돌멩이를 던지고 그 어떤 폭력으로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최대한 참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참지 않을 것이다. 아니, 참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저항할 것이다. 온 힘을 다하여 버틸 것이다. 극한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지들에게 친구들에게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 무릎 꿇고 호소한다. 절규한다. ‘도와 달라.’ ‘도움이 필요한 때다.’ 교회들과 신앙인들에게 종교인들에게 호소한다. ‘도와 달라.’ 함께 해 주시길 절실히 바란다.

시간이 얼마나 길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길어봐야 2007년 안에 끝난다. 그렇게 마음먹고 올라왔지만 그래도 힘이 부친다.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도와 달라.

시간으로, 재능으로, 돈으로, 기도와 마음으로 그 무엇이든 간에 계양산 숲속의 작은 생명을 위하여 도움을 주라.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 수녀님이 내게 말씀을 주셨다. 그 말씀이 오래 남는다. “목사님, 오늘의 복음은 그것 같아요.”

‘돌멩이 맞는 것’이 ‘오늘의 복음’이라는 혜안에 나는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수녀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수난의 그리스도’, ‘십자가에 달리신 하느님’이 보여주신 길인데 그 길을 걷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궂은비가 밤새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 밤이다.

목련이 피었단다. 오 내 사랑 목련이 또 피었단다. 그 꽃을 보고 싶다.


2007. 3. 30.


목사 윤인중

(계양산 골프장 반대 시민공원 추진을 위한 인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407-784>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산4동 1062번지 전화) 032-548-6274 전송) 032-548-6273

cafe.daum.net/nogolfye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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